/ / 2023. 2. 18. 20:29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반응형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난 수많은 나무들 중 약 30그루의 나무를 선택하며 터득한 소중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오리나무는 삶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회양목은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대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대나무에게서 받아들이는 용기, 얻으려면 잃을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은행나무에게서, 전나무에게서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배웠다.

나무를 만나다.

시어머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제 결혼을 했지만 재능도 별로 없는 스물일곱 살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가지 않고는 굶을 수 없어 중동에 가서 번 돈으로 땅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나무와 꽃을 키워서 팔아도 이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재산이 망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들었다. 나를 가장 비참하게 만든 것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한없이 비천해진 나 자신이었다. 너무 부끄럽지만 그때 난생처음 눈물을 흘렸다. 당황한 마음으로 북한산을 오르다 어느 날 정상에 올랐습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차라리 죽을래. 나는 더 이상 살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순간 갑자기 나무 한 그루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렸을 때 학교보다 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내 전생의 가장자리에는 늘 나무가 있었다. 힘들 때마다 말없이 위로해 주고 삶의 희망을 주며 삶의 밑거름이 되어준 나무 지난 몇 년간 나무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자 갑자기 나무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살고 있는데 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려 하느냐? 나무는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불렀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지만, 결코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무. 한순간에 삶을 포기하려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나는 늘 내 곁에 있었지만 자신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나무를 만났다.

나무 의사가 되다.

결심하고 아내와 함께 작은 꽃밭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화분 몇 개 정도가 전부였지만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무를 아예 팔지 않았습니다. 정원이 마련되자마자 전국의 나무를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토록 나무에 집착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몇 년 동안 집에서 정원사를 취미로 돌보다가 우연히 대기업의 나무를 돌보게 되었다. 본격적인 나무의사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 고백하지만 그때까지 나는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이는 가짜 나무 박사였다. 나무를 심을 때도 그 나무가 잘 자랄까를 생각하기 전에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곳을 찾았고, 가지를 자를 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눈에 예쁘게 보일까를 먼저 생각했다. 병든 나무 앞에서 내가 그런 입장인데 고칠 수 없어 나는 인간의 입장에서 마음대로 나무를 돌보았다. 그날 뽕나무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무는 생명체이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라는 사실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옛날에 드라마에서 한 의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의사는 바빠서 하나님 대신 땅으로 출장을 간 사람이다. 그래서 하나님만이 담임의 인생을 감당하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 의사의 소명이라면, 나의 소명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나무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 될 것입니다. 모든 악조건에 노출되어 자연의 품을 떠나 더 이상 하나님의 축복 아래 머물 수 없는 나무에게 우리는 약하지만 하나님을 대신하여 자연을 대신하여 배려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새 대신 벌레를 잡고, 바람 대신 나뭇가지를 꺾고, 비 대신 물을 뿌리고, 그 후 나를 인도하기 위해 모든 의지와 생각을 포기했다. 그제야 그는 진정한 나무 의사 자세를 갖추게 되었다.

나무에서 인생을 배우다.

날이 갈수록 병든 나무의 수가 늘어납니다. 아픈 나무를 볼 때마다 힘내라고 하고 줄기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나무들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른다. 자꾸만 뒤로 넘어지고 넘어집니다. 하늘이 주신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중간에 쓰러지는 나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무 의사가 되기 전에 나에게 새 생명을 주고 새 생명을 살게 해 준 나무가 아닐까요? 누군가는 고가 밑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하고, 누군가는 아이들에게서 인생을 배운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무에서 생명을 배웠다. 겨울이 오면 가진 모든 걸 포기하고 맨몸으로 견디는 초연함 속에 아무리 힘들어도 매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꾸준함에서, 평생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하는 가련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의연함에서 그리고 그 마음가짐에서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고자 합니다.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주지 않고 받기만 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무의사로서 오늘도 나무를 돌보며 생명을 배웁니다. 어릴 적에도 나무 옆에는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들은 고단한 삶에 작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 큰 정자 아래서 더위를 식히던 기억 매일매일 마당 앞 대추나무를 올려다보며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해 보면 나무는 우리 삶의 작은 쉼터였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